[판결문]
서울행정법원 제 13부 판결
사건: 99구683 교수재임용 거부처분 취소
원고: 김민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안영수
피고: 서울대학교 총장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성하
변론종결: 1999. 10.26
주문: 1. 피고가 1998. 8. 31 원고에 대하여 한 교수재임용 거부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기초사실
[인정근거] 다툼없는 사실, 갑 제1호중의 1내지 8,
갑 제2, 3호 중, 을 제1, 3호중의 각 기재
가. 원고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응용미술학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1995경 미국
뉴욕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1994. 9. 1.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임용되었다.
나. 서울대학교 본부 인사위원회(이하 '본부 인사위원회'라 한다)는 1998. 8. 29.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인사위원회(이하 '미대 인사위원회'라 한다)의 심의 결과 원고의 연구실적물이 재
임용 심사기준에 미달되었다'는 이유로 원고를 재임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였고, 피
고는 위 결정에 따라 원고에게 '1998. 8. 31.자로 원고의 임용기간이 만료되었다'는 취지의
통지를 하였다.
2. 본안전 항변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의 주장
교육공무원법 등의 관계법령에 의하면 대학에 근무하는 조교수는 4년 이내의 기간을 정하
여 임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임용권자에게 임용기간이 만료된 자를 재임용할 의무를
지우고 있지 않으므로, 기간을 정하여 임용된 대학교원은 그 임용 기간의 만료로 대학교원
으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는 것이고, 그 임용기간의 만료에 따른 재임용의 기대권
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이 기간을 정하여 임용된 대학교원이 그 기간이 만
료될 때에 재임용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재임용 거부 결정 등 특별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
도 당연퇴직되는 것이므로, 임용권자가 인사위원회의 심의결정에 따라 교원을 재임용하지
않기로 하는 결정을 하고서 이를 통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교원에 대하여 임기만료로 당
연퇴직됨을 확인하고 알려주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이로 인하여 어떠한 법률효과가 발생
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를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
나. 판단
(1) 거부처분은 행정청이 국민으로부터 공권력의 행사와 관련된 일정한 내용의 신청을 받
고도 신청된 내용의 행위를 하지 않을 뜻을 표시하는 처분으로서, 그 처분 이후에도 신청인
의 법률상 지위에 어떠한 변동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형성적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여타의 행정처분과 그 성질을 달리한다. 한편, 행정청의 일정한 행위가 거부처분으로서 항고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으려면, 신청인에게 법규상 또는 조리상 어떠한 공권력의 행사를 요
구할 권리가 있음에도 행정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함으로써 신청인의 권리 내지 법률상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이어야 한다.
(2) 구 교육공무원법(1999. 1. 29. 법률 제571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 11조 제3항은 "대
학에 근무하는 교원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기간을 정하여 임용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그 위임을 받은 교육공무원임용령 제5조의 2 제1항은 "부교수에 대하여는 6년 내
지 10년의 범위 내에서 당해 대학의 장이 정하는 바에 따라 기간을 정하여 임용할 수 있다"
라고 규정하고 있고, 그 제2항은 "조교수는 4년 이내, 전임강사는 2년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임용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일정한 직위의 대학 교수에 의해 기간 임용제를 채택하고 있는
바, 위 기간 임용제는 한번 임용되면 정년까지 신분이 보장되는 정년제의 폐단을 보완하고
대학사회의 학문적 활동을 촉진하고 유도하고자 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으므로, 그 제도
자체에 어떠한 불합리나 모순이 있는 것은 아니다.
(3) 그런데, 대학의 자율성과 학문의 자유, 교원지위 법정주의에 관한 헌법 규정과 그 정신
에 비추어 학문 연구의 주체인 교수의 신분은 일정한 범위 내에서 보장되어야 할 필요가 있
으며, 이러한 신분 보장의 필요성은 기간제로 임용된 교수라 할지라도 헌법 이념상 달리 볼
수는 없다.
또한, 이러한 헌법 이념의 토대 이외에도,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교육부장관이 각 대학에
시달한 대학교원인사관리지침을 통하여 기간제로 임용된 교수의 재임용 심사방법, 연구실적
물의 범위와 인정기준, 심사위원 선정방법 등을 상세히 규정함으로써 재임용 심사에 대해
일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고, 대학들도 자체 규정에 의하여 재임용 심사에 관한 일련의 규
정을 마련하고 있는 점, 임용 기간이 만료된 교수들의 거의 대부분이 위 인사관리지침과 각
대학 내부의 심사기준에 따라 재임용되어 왔으며(이 법원의 교육부 장관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수 많은 재임용 대상 교수들 중 1976.부터 1998.까지 23
년 동안 재임용에서 탈락된 교수는 국공립대학의 경우 전국에서 모두 60명에 불과하고, 사
립대학의 경우에도 같은 기간 동안 전국에서 모두 166명에 불과한 사실, 특히 서울대학교에
재직하였던 교수 중 재임용 심사과정을 거쳐 재임용에서 탈락된 사례는 원고의 예가 최초인
사실을 인정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적인 제도 운용의 결과 교수 등 대학 사회의 구성
원 뿐만 아니라 사회 일반인들도 교수의 지위가 기간 만료에 따라 당연히 상실되는 것이라
고 인식하고 있지는 않은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임용권자에게 임용 기간이 만료된 교수를
당연히 재임용하여 할 의무는 없다 할지라도, 재임용 여부에 대하여 합리적인 기준에 따른
공정한 심사를 할 의무는 있고, 이에 대응하여 기간제로 임용된 교수도 '재임용 여부에 대
하여 합리적인 기준에 따른 공정한 심사를 신청할 조리상의 권리'를 가지게 된다(이와 견해
를 달리하여 '임용 기간이 만료된 교수에게 아무런 권리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석하거나
'임용권자의 자의에 따라 재임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기간 임용제가
원래의 입법취지에서 일탈하여 헌법 이념을 훼손시키는 것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4) 따라서, 임용 기간이 만료된 교수의 재임용 신청을 거부하는 행정청의 행위는 거부처분
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므로 (재임용 거부처분의 전후를 통하여 어떠한 형성적 법률효
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는 거부처분의 당연한 속성에 불과한 것이므로, '교원을
재임용하지 않기로 하는 결정을 하고서 이를 통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어떠한 법
률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재임용 거부처분의 처분성을 부인할 근거가 될 수
없다),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는 원고에게 '1998. 8. 31.자로
임용 기간이 만료되었다'는 취지의 통지를 하였을 뿐이어서 원고의 재임용 신청을 거부하는
취지를 명시적으로 표시한 것은 아니지만, 위 통지에는 원고의 재임용 신청을 거부하는 뜻
이 포함되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3. 본안에 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 주장의 요지
피고는 대학교수의 연구업적이나 교수능력을 엄격히 심사함으로써 대학의 연구와 교육의 질
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이른바 교수재임용제도의 근본취지를 도외시한 채, 단지 원고가 1996.
10.경 교내 학술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육사에 관한 연구논문에서 미
술대학 원로들의 친일 행적을 거론함과 동시에 1994. 경 정년 퇴임한 선배 교수의 견해를
비평적으로 언급하였고 나아가 문제된 부분의 삭제요구를 받고서도 이를 거부하자, 아무런
합리적 근거 없이 '연구실적 평가미달' 라는 사유를 들어 원고를 재임용 대상에서 제외하였
으므로, 이 사건 재임용 거부처분은 위법하다.
(2) 피고 주장의 요지
원고를 재임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 것은 원고의 연구실적물에 대한 3차례에 걸친
심사 결과 모두 재임용 심사기준에 미달한다고 평가되었기 때문일 뿐, 원고가 교내 학술심
포지엄에서 발표한 논문의 내용 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나. 인정사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5호증, 을 제44, 5, 6호증, 을 제7, 8호증의 각 1,2,3, 을
제9, 10호증, 을 제11호증의 1, 2, 을 제12호증의 각 기재, 변론의 전취지
(1) 재임용 심사기준
(가) 대학교수 기간 임용 제도의 운영과 관련하여 교육부장관이 각 대학에 시달한 대학교원
인사 관리지침 제1조 다.항은 국쪾공립대학교원의 재임용 심사방법에 대하여 "재임용 대상
자는 개인별로 총쪾학장 책임 하에 대학교원 재임용 심사평정표의 평점으로 엄정히 심사하
여 재임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연구실적 심사기준에 대하여 연구실적물의 범위와 인정
기준을 규정하는 이외에 "연구실적은 해당 전공분야의 3인 이상이 심사하되, 심사대상자의
직위 이상의 자로 위촉하고 그 중 1인 이상은 타교에 위촉함을 원칙으로 하며, 연구실적
심사평정은 각 편이 평균 '우'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 서울대학교전임교수및조교임용규정 제10조는 "조교수는 4년의 임용기간을 정하여 임용
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고, 위 규정 제11조는 "임용기간이 만료되는 전임교수에 대하여는
별도로 정하는 심사를 거쳐 재임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그 제13조는 전임교수의 재
임용 심사기준으로 "연구실적 및 전문영역의 학술활동, 학생의 교수 및 생활지도에 대한 능
력과 실적, 교육관계법령의 준수 기타 전임교수로서의 품위 유지"를 들고 있고, 그 제14조,
제14조의 2는 재임용 대상자의 연구실적을 심사하기 위한 심사위원의 선정방법 및 심사대상
이 되는 연구실적물의 범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피고가 위와 같은 재임용 심사 기준을 구체화하기 위하여 마련한 심사조서 작성기
준은 위 각 심사기준을 구체화하여 그 평정내역을 "교수로서의 기본적 자질, 학문연구능력
과 실적, 교수능력과 실적, 학생지도능력과 실적, 국가사회에 대한 기여도, 근무상황"의 6개
영역으로 세분하고 있다.
(2) 원고에 대한 재임용 심사과정
(가) 미대 인사위원회는 1998. 6. 7. 원고로부터 3편의 '재임용심사용 연구실적목록'과 그 연
구 실적물을 제출 받은 다음, 원고가 지정한 저서 1편(21세기 디자인문화탐사)과 논문 1편(
21세기 한국 디자인교육의 대전제)을 심사대상으로 선정하여 위 연구실적물을 심사위원들에
게 심사의뢰 하였는데, 위 심사위원들의 심사결과 원고의 연구실적물을 재임용 기준에 미달
하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미대 인사위원회는 1998. 7. 6. 위와 같은 평가결과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연구실적물
에 대한 재심사를 요청하기로 결정하고, 원고가 제출한 연구실적물 중 논문 2편(시각예술의
관점에서 본 이상 시의 혁명성, 광고 이미지에 나타난 키치적 속성과 문화적 상징성의 해
석)을 심사대상으로 삼아 심사위원들로 하여금 이를 심사하게 하였는데, 2차 심사결과에서
도 원고의 위 연구실적물을 재임용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에 미대 인사위
원회는 1998. 7. 13. 위 심사위원들의 평가보고에 근거하여 피고에게 원고를 재임용 제외 대
상자로 보고하였다.
(나) 그런데, 본부 인사위원회는 1998. 8. 24. '원고의 심사대상 연구실적......(이하 생략)
다.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재임용 요건의 대부분이 학문적 능력 등 주관적, 추상적인 평가요소로
이루어져 있는 점, 특히 대학 교수의 연구실적물에 대한 평가는 심사위원들의 학문적 소견
에 따라 그 결론이 다양하게 나뉘어질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보면, 재임용 신청
을 한 교수로서는 심사대상이 연구실적물을 관련규정에 따라 제출하였다는 등의 객관적 사
실만을 주장 입증하면 족하다 할 것이고, 그러한 연구실적물 등에 대해 어떠한 이유로 재임
용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판단하였는지 여부는 그러한 판단을 내린 임용권자가 구체적으
로 주장쪾입증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피고는 원고가 심사대상으로 제출한 논문 및 저서에 대해 심사위
원들이 재임용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평가하였다는 점만을 주장 입증하였을 뿐, 구체적인
심사이유와 그 근거에 대해서는 아무런 주장 입증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원고의 재임용
거부의 근거가 된 연구실적 기준 미달의 구체적인 심사이유와 그 근거가 밝혀지지 않는 이
상, 이 사건 재임용 거부처분이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공정한 심사를 거친 것이라고 볼 수
는 없다. 따라서,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4. 결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
2000. 1. 18. 재판장 판사 이재홍
판사 이승한
판사 김종기